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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없는 종말이 이와 같을까요.

2016년 12월. 여느 12월이 그렇듯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인 불명의 병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가끔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곤 했지만, 뉴스의 내용은 우리와 거리가 먼 것 같았습니다. 봄이 가까워져도 바이러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감염자가 의료진을 죽였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 감염자가 사람을 죽인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워싱턴 주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전까지 이 일을 체감한 사람은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발표와 달리 눈에 보이는 실정은 미미했습니다. 학교나 공공시설은 기능을 정지했고, 재난 대피소로 지정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속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눈에도 감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름. 절도, 살인 등의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이 한 때는 나의 친절한 이웃이었음을 알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의 생존 방식은 이기입니다. 나의 이기 안에 우리가 들어올 자리가 있을까요. 녹음은 굶주린 자들의 입으로 모조리 사라졌고, 거리엔 부패하는 시체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모든 것이 말라가던 때, 정부는 정부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무정부 상태를 선포했습니다.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가을. 나무는 떨굴 낙엽조차 없었고, 거리에서 그들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사람은 사냥감이었고, 그들은 포식자였습니다. 짐승 우리에 내던져진 꼴입니다. 내 살덩이는 그들의 좋은 영양원이며, 피는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겠죠. 하지만 머리가 뜯기고, 팔이 잘리고, 피를 흘리는 건 나입니다. 떼로 몰린 사람들이 전멸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그들을 죽일 궁리를 해야 합니다. 

다시 돌아온 겨울. 내가 아는 한 정상적인 도시는 전무합니다. 나서 본 거리는 고요합니다. 들리는 것은 눈이 밟히는 소리뿐입니다. 격리된 것은 그들이 아닌 나입니다.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이후 꽤 많은 목마름을 느꼈습니다. 입김이 부서지고, 홀로 이 거리에 서 있다는 것에 안도를 느끼지만, 눈에 있는 발자국은 내가 안전하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이 겨울, 눈은 끊임없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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